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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4-12 11:04
<김헌식 칼럼>여의도 솔로대첩 참패를 분당 마치콘이 설욕?
 글쓴이 :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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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솔로대첩 참패를 분당 마치콘이 설욕?
<김헌식 칼럼>사회적 명분과 실제적인 테크닉이 결합되어야
김헌식 문화평론가 codessss@hanmail.net | 2013.04.12 09:16:35
 
 
2012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여의도공원에서는 미혼 남성들의 단체 미팅 솔로대첩이 열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통지 공개된 이 행사는 행사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있어본적이 없는 단체 미팅이라 시기와 질투, 호기심과 기대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비난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동물 본능만이 가득한 행사로 여성들은 거의 참여 하지 않을 것이라 예측되었다. 마치콘(街コン)을 염두하는 이들은 기대감을 갖기도 했다. 당일 잠정 3500여명이 몰렸다는 추계가 있었고 그 가운데 여성은 매우 소수에 불과했다. 비둘기들보다 여성이 적었다는 비교는 행사의 실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왜 여성들은 이 행사에 오지 않았을까.

일단 동물적인 본능만이 지배하는 행사라는 이미지는 대회에 대한 품격을 격하시켰다. 이런 행사에 나간다는 것은 개인들의 격을 떨어뜨리는 일이 된다. 이러한 점은 이 솔로대첩이 사회적 명분이나 가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오로지 개인적인 연애측면에서만 접근되었다. 솔로상태에서만 탈출하는 현상은 단지 관음증의 대상으로 간주하게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런 맥락에서 너무 많은 사회적 집중은 각 개인들에 대한 과도한 사생활 노출을 예견 시켰다. 참여자들의 신상이 노출될 위험성이 상존했다. 공간 그 자체에 대한 매력이 매우 덜한 곳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미팅이나 소개팅은 분위기나 컨셉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여의도의 광장에서 이성을 만난다는 것은 낭만이나 로맨스는 커녕 장난스러운 이벤트에 불과한 것으로 비추어졌다. 오로지 그 공간은 황량하고 추운 공간이었을 뿐이었다. 그것은 마당위에 자기 스스로 내던져지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결론적으로 매력이나 명분이 부족했다.

일본의 마치콘(街コン)을 모티브로 한 것인데 이와는 매우 달랐다. 마치콘은 동네 미팅이라고 할 수 있다. 동네 맛집들에서 이성간의 만남을 여는 것이다. 맛집과 미팅이 같이 결합되어 있다. 이는 단순히 남녀간의 만남 즉 솔로 탈출만이 아니라 사회적 그리고 국가적인 정책적 고민과 맞물려 있었다.

저출산 만혼화 문제는 개인만이 아니라 사회 경제, 국가적으로 많은 문제를 낳고 있는 게 현실이다. 미팅은 단순히 한순간의 여흥이 아니라 결혼까지도 염두하는 것이다. 더구나 지역 경제를 살린다는 매우 중요한 사회적 명분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여기에는 전제 조건이 있었다.

맛있는 맛집이나 술집이 있는 곳이어야 한다. 이런 공간성이 있을 때 사람들은 더욱 만나는 이유에서 매력을 느낀다. 최소한 커플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즐거운 맛집 등의 공간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가능한 일이 된다. 여의도 공원같은 장소는 전혀 매력을 주지 못한다.

또한 아무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불확실성을 증가시켜 불신을 준다. 여의도는 그러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의 제한과 통제는 신뢰성과 두려움을 제거한다. 마치콘은 미리 신청을 받아 300-3000명 사이로 제한했다. 그것은 자격의 우위와 선택받음의 자부심을 모두 충족시키는 것이다.

더구나 중요한 것은 결혼과 출산은 개인만이 아니라 공동체가 같이 모색해야 하는 일이다. 특정공간은 그 남녀들을 잘 연결시켜주기 위해 이벤트 등을 잘 꾸려주면 상승효과를 더 기할 수 있을 것이다. 너무 미디어에 일순간에 노출하는 것은 SBS '짝'과 같은 프로그램에 다른 의도를 가진 이들이 참여하여 진정성을 가진 이들을 쫓아내는 효과를 발휘한다. 동네라는 한정되어 있는 공간을 선택한 이유를 좀 더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러한 마치콘 행사가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은 것은 일본의 대지진 때문이기도 하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운 세대들이 독신 문화에 더 경도 되었을 때 대지진으로 벌어진 참상은 독신문화에 대한 자극을 주었다. 그것은 삶과 죽음에 대한 깨달음이기도 했다. 한국사회에서도 그러한 인식은 여전히 함께 적용되어야 한다. 사회경제구조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에서 일본은 우리의 미래인 측면이 분명 존재한다. 딜레마라는 측면에서 사회보장구축의 역설은 독신을 통한 인구 재생산의 결핍이기도 하다.

13일 분당 서현역 로데오 거리에서 한국판 마치콘이 실시된다고 한다. 솔로탈출의 목표만 있던 여의도와는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이 설정되었다. 지역의 미혼 남녀들이 지역의 활성화를 위해 참여하면서 외부에 대한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는 호재이기도 하겠다. 일본 마치콘의 성공요인을 잘 감안하리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트리거 역할을 하는 행위자들은 물론 사회 환경의 타이밍도 중요할 것이다.

독신을 버리고 결혼을 선택하는 효용이 존재해야는데, 그것은 경제적인 것이 아니라 존재론적인 삶과 죽음의 근원성은 고민에 바탕을 둔다. 노령율이 높은 지역이야말로 지역 상권 살리기에 필요한 아이템인데, 젊은 층들이 없거나 오기에 심리적 물리적 거리가 존재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하나를 상상해본다. 강원도 오지마을에서 마치콘이 열려 경제적으로나 활기차원에서 마을이 젊음과 사랑으로 들썩이는 풍경을 말이다. 그것에는 기업의 협력이 크게 필요할 것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