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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6-16 23:06
[한겨레] 홍대거리에 모여든 청춘남녀 솔로대첩에 성공할 수 있을까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4,626  
홍대거리에 모여든 청춘남녀
솔로대첩에 성공할 수 있을까
 
15일 열린 ‘새마을 미팅 프로젝트’에 참여한 남여 참가자들이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다. 사진 제공 새미프

남여 400여명, 10개 음식점 돌며 파트너와 즉석 만남

마주 앉은 이쪽과 저쪽, 남녀의 표정이 ‘극과 극’이다. 두명의 남자는 ‘너는 내 운명’까진 아니어도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라는 밝은 표정이다. 반면 두 여자들의 표정은 어둡다. 먼저 일어날 순 없고, 맞은 편 두 남자들이 얼른 일어나 주기만을 바라는 듯하다.
땡볕이 내리쬐는 홍대 거리에 청춘들이 짝을 찾아 모여들었다. 이날 최고기온은 30도. ‘동네판 솔로대첩’이라 불러도 좋을 ‘새마을 미팅 프로젝트(새미프)’의 두번째 이벤트가 15일 낮 홍대 걷고싶은 거리에서 열렸다. 사전 신청한 20~35살 남여 400여명이 미팅 장소로 지정된 10개 음식점을 돌며 무작위로 선정된 파트너와 즉석 만남을 가지는 행사다. 한 음식점 당 ‘체류시간’은 45분.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주어진 시간은 오후 2시부터 3시간. 몇 개의 음식점을 돌며 몇 명의 이성을 만날지는 오로지 운명에 달렸다.
■ 남자들만 바글바글 오후 2시가 가까워 오자 동성끼리 두명씩 한팀을 이룬 남녀가 행사본부로 모여든다. 사전에 동료를 구하지 못한 참가자들은 현장에서 처음 보는 사람과 한 조가 된다. 행사를 주최한 새미프 쪽은 남녀 각각 2명씩 짝을 이룬 취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미팅 자린데 혼자 오면 뻘줌하잖아요. 친한 친구나 선후배 같은 아는 사람과 함께 간다고 하면 미팅 자리에 대한 부담도 적어질테고. 일대일로 만나야 하는 부담과 혹시 발생할 지 모를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고민의 결과에요.”
지난해 12월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자발적으로 진행된 여의도 솔로대첩은 많은 이들의 걱정과 예상대로 ‘성비 구성’에 실패했다. “참가한 여자보다 모여든 비둘기가 더 많았다”는 말이 나올 만큼 남자들로 바글바글했다. 남성 참가자 수에 버금가는 여성 참가자를 불러들이는 것이 지상과제였다. 그래서 새미프는 ‘맛집 탐방’ 개념을 도입했다. 아이디어는 일본에서 유행하는 지역 미팅 ‘마치콘’에서 빌려왔다. 일정 금액의 참가비를 내면 지정된 음식점에 들러 무제한으로 음식과 맥주를 마실 수 있게 했다. ‘만남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시간과 비용이 아깝지 않게 했다. 동네상권을 살려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자는 취지도 나쁘지 않았다.
이날 모인 참가자들은 남성이 182명, 여성이 204명이었다. 1차 목표인 ‘성비 균형’은 초과 달성한 셈이다.
■ “저, 바꿔주세요” 물론 남녀 참가자들의 ‘온도차’는 존재한다. “아무래도 여자들보단 남자들이 좀 더 ‘의욕적’으로 파트너를 찾으려 하고 그런 마음가짐으로 참석한다”는 게 두번째 행사를 준비한 손승우(28) 대외협력팀장의 설명이다. 드물긴 하지만 행사 진행중에 들어오는 ‘불만사항’도 주로 남성 참가자들이 한다. “지난 4월 성남 서현역에서 1차 행사를 열었을 때였어요. 행사 끝나기도 전인데, 한 남자팀이 와선 ‘8개 음식점을 다 돌았다, 더 없냐’고 하는 거에요. 한 음식점에서 적어도 여자 한팀씩은 만났을테니 3시간이 채 되기도 전에 16명의 이성을 만났다는 거잖아요. 그러고도 ‘더 만날 수 없냐’고 하더군요.”
이날 접수된 유일한 불만도 남성 참가자들이 제기했다. 오후 4시께, 31~23살 남성 참가자들이 함께 와 팀원을 바꿔달라고 했다. 이유인 즉, 두 사람의 나이 차이가 많이 나 비슷한 나이인 상대 여성 참가자들이 자리에 앉자마자 불만스러워 한다는 것이었다. 둘은 함께 팀을 이룰 동료를 구하지 못해 혼자 신청을 한 참가자들이었다. 주최 쪽은 결국 다음 행사 참여 할인티켓을 주는 것으로 두 참가자들을 달랬다.
첫 행사땐 남녀 참가자들의 나이를 고려하지 않고 파트너 선정을 하는 실수도 있었다. 20대 초반 남성 참가자들과 한 테이블에 앉게 된 30대 초반 여성 참가자들이 ‘나이가 안 맞는다’며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날 행사엔 첫번째 음식점 선정만 주최 쪽이 남녀 참가자들의 나이를 고려해 미리 배정했다.
15일 열린 ‘새마을 미팅 프로젝트’에 참여한 남여 참가자들이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다. 사진 제공 새미프
■ 아쉬움은 ‘애프터 파티’에서 400명 청춘들의 미팅은 취재기자라며 말을 붙이기 어려울 정도로 치열하게 진행됐지만, 마음에 쏙 드는 운명의 상대를 만나기란, 더군다나 그 사람이 내 앞 자리에 앉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인천에서 왔다는 김아무개(25)·박아무개(25)씨는 “남자들이 너무 소심하더라”며 아쉬워했다. “연락처를 묻지 않는 건 물론이고, 얘기들을 잘 안하더라고요. 이런 행사에 나왔으면 좀 적극적으로 나와야 할텐데,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김씨와 박씨가 만난 남성 참가자들은 모두 두 사람보다 연하이자 학생들이라고 했다.
배와 함께 온 김아무개(27)씨는 ‘쿨’했다. “참가자들 중 몇 퍼센트 정도가 짝을 만날 것 같냐”는 질문에 김씨는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씨는 “‘몇 퍼센트 성사했다’고 광고하는 건 결혼정보업체들이나 하는 일이다. 단순히 파트너를 만나기 위한 목적이라면 젊은 사람들이 이렇게 자발적으로 모이기도 힘들 것이다. 미팅·소개팅이라기 보단 부담없이 이성을 만나는 젊은 세대들의 문화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물론, 김씨는 “옆 테이블에 마음에 드는 여성 참가자를 봤다”며 혹시나 해서 ‘애프터 파티’에 참석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2004년부터 시작해 지난 한해에만 참가자 수가 1만명을 넘어선 일본에서도 ‘커플 달성률’이 3~4%에 불과하다고 한다. ‘선택받은’ 3~4%에 들기 위해선 타고난 운명 못지 않게 치열한 노력도 필요한 법인지, 3시간의 ‘집단 미팅’으로도 부족한 70여명의 청춘들은 ‘애프터 파티’를 위해 신촌으로 향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